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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어렵게 말하는 사람들의 세 가지 이유

by 88피셜 202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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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의 SNS 댓글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 단 한 문장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들어보는 철학자들의 용어와 다양한 외국어가 혼재된 긴 문장을 읽으며, 나름 1년에 수백 권의 책을 읽는다고 자부하던 나의 문해력은 힘을 쓰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다.

문해력 문제? 아니면 복잡한 글쓰기?

자기반성을 하기 전에, 진짜 나의 문해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건지 살펴봤다. 댓글 분위기를 보니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의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각기 다른 해석으로 대댓글이 달리는 걸 보며 확신했다.

왜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않을까?

살다 보면 너무 어렵게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정말 복잡한 개념을 살짝 어렵게 풀어 말하는 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짧은 생각이지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1. 본인도 이해하지 못해서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무언가를 간단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간단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깊은 이해의 부족을 의미한다.

이 경우, 지적 허영심이 원인일 때가 많다. 본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개념을 말하며, 실제로는 '메시지'가 아닌 '어려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메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자신을 어려운 개념을 쉽게 다루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다.

2. 공격받기 싫어서

쉬운 말일수록 공격받기 쉽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대해 비판하라고 하면 대부분이 침묵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라는 주장에는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다.

내용이 쉬울수록 반론이 쉽다. 전문적이고 복잡한 내용에는 악플이 별로 달리지 않지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에는 수많은 반론과 비판이 쏟아진다. 그래서 누군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어렵게 말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어 전략이 된다.

3. 독자의 집중을 끌기 위해서

익숙한 내용은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대충 읽게 된다. 그래서 독자를 집중하게 만들려면 때때로 '난해함'이라는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난해함은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단순히 어렵게만 써서 독자가 포기하게 만들면 안 된다. 우치다 다쓰루는 이를 **'간청'**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언어가 지닌 창조성은 독자에게 간청하는 강도와 비례합니다. 얼마나 절실하게 독자에게 언어가 전해지기를 바라는지, 그 바람의 강도가 언어 표현의 창조를 추동합니다."

  •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원더박스, 2018)

나의 경험에서 오는 반성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너는 어떻게 이 세 가지 이유를 알고 있냐?" 바로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는 때로 똑똑해 보이기 위해, 때로는 공격받지 않고 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쉬운 말도 어렵게 말하곤 했다. 최근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꼭 전하고 싶은 어려운 개념을 간청하는 마음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의 글쓰기와 말하기는 '어려운 것을 쉽게'로 향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모두 내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문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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