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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술린이가 추천하는 사케 베스트 3

by 88피셜 2025.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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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이 약한 편이다.

 

한 잔만 마셔도 금세 알딸딸해지고, 얼굴이 빨개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맛도 모르겠고, 숙취도 심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멋지게 즐기고 싶었지만, 내 몸에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사케를 만나고 생각이 달라졌다. 나에게도 맞는 술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흔히 접하는 소주, 맥주, 와인과는 다르게 사케는 나에게 딱 맞았다. 맛도 좋았고, 숙취도 거의 없었다. 물론 모든 사케가 그런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쌀, 물, 효모, 맥아만으로 만든 ‘준마이(純米)’ 계열의 사케는 숙취가 거의 없었다.

 

사케가 궁금해졌다. 무엇이든 알고 경험하면 더 좋아지는 법이니까.

사케를 알아가면서

어디를 가든 안 마셔본 사케를 주문해 봤다. 그리고 궁금한 게 있으면 주인에게 물어봤다. 그렇게 알게 된 간단한 사케 상식을 정리하면 이렇다.

  1. 단맛이 강한 사케를 원하면 ‘아마구치(甘口)’, 드라이한 맛을 원하면 ‘카라구치(辛口)’
  2. 탄산감이 느껴지는 생맥주 같은 사케를 원한다면 ‘나마자케(生酒)’
  3. 쌀을 많이 깎을수록 보통 ‘더 비싸고, 더 단맛이 강해진다’
    • 대표적인 브랜드 ‘닷사이(獺祭)’는 뒤에 23, 39, 45 등의 숫자가 붙는다. 이 숫자는 정미율을 뜻하는데, 예를 들어 ‘닷사이 23’은 쌀을 23%만 남기고 깎았다는 뜻이다.
    • 정미율이 낮을수록 더 많은 양의 쌀을 깎아냈다는 의미이며, 보통 향이 더 섬세하고 단맛이 강한 사케로 평가된다.
    • 직접 마셔본 결과, ‘닷사이 39’가 단맛과 밸런스가 가장 좋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마자케’ 중에서도 ‘아마구치’ 계열을 좋아한다. 그리고 차게 마시는 걸 선호한다. (사케는 따뜻하게 마시는 경우도 많다.)

가장 맛있었던 사케 3가지

지금까지 마셔본 사케 중에서 인상 깊었던 사케를 소개하자면, 다음 세 가지가 있다.

1. 자쿠 미야비노토모 나카도리 준마이긴죠 (作 雅乃智 中取り 純米吟醸)

 

처음 마셨을 때, ‘이건 지금까지 마셔본 어떤 사케와도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단결 같은 목 넘김
은은한 단맛과 살짝 느껴지는 산미
특히 닭꼬치 같은 구이류와 환상적인 궁합

 

차갑게 마실수록 더 맛이 살아나는 사케다. 부드럽고 달달한데, 뒤끝이 깔끔하다.

2. 니토 (二兎) – 일명 ‘토끼 사케’

 

사케 라벨에 두 마리 토끼가 그려져 있어 ‘토끼 사케’로 불린다.

 

닷사이, 쿠보타처럼 유명한 브랜드보다 가격이 저렴
무난하면서도 호불호 없이 마시기 좋은 사케
토끼 라벨만 보고 선택해도 실패한 적이 없다

 

이자카야에서 어떤 사케를 주문할지 고민된다면, 라벨에 두 마리 토끼가 있는 사케를 고르면 된다.

3. 하네야 준마이긴죠 키라비 나마 (羽根屋 純米吟醸 煌火 生)

 

최근에 마신 나마자케인데, 기대 이상이었다.

 

나마자케 특유의 탄산감이 확실하게 살아 있음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
단맛과 산미의 밸런스가 좋음

 

개인적으로 나마자케는 웬만하면 다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케는 특히 더 인상적이었다.


마치며

처음에는 술을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케를 접하면서 ‘나에게 맞는 술도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나처럼 술이 약하거나, 소주·맥주·와인이 잘 맞지 않는다면, 준마이 계열의 사케를 한 번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사케를 고를 때 어렵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나같은 초보라
"단맛이면 아마구치, 드라이한 맛이면 카라구치, 탄산감이 좋다면 나마자케."
이렇게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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