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이 약한 편이다.
한 잔만 마셔도 금세 알딸딸해지고, 얼굴이 빨개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맛도 모르겠고, 숙취도 심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멋지게 즐기고 싶었지만, 내 몸에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사케를 만나고 생각이 달라졌다. 나에게도 맞는 술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흔히 접하는 소주, 맥주, 와인과는 다르게 사케는 나에게 딱 맞았다. 맛도 좋았고, 숙취도 거의 없었다. 물론 모든 사케가 그런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쌀, 물, 효모, 맥아만으로 만든 ‘준마이(純米)’ 계열의 사케는 숙취가 거의 없었다.
사케가 궁금해졌다. 무엇이든 알고 경험하면 더 좋아지는 법이니까.
사케를 알아가면서
어디를 가든 안 마셔본 사케를 주문해 봤다. 그리고 궁금한 게 있으면 주인에게 물어봤다. 그렇게 알게 된 간단한 사케 상식을 정리하면 이렇다.
- 단맛이 강한 사케를 원하면 ‘아마구치(甘口)’, 드라이한 맛을 원하면 ‘카라구치(辛口)’
- 탄산감이 느껴지는 생맥주 같은 사케를 원한다면 ‘나마자케(生酒)’
- 쌀을 많이 깎을수록 보통 ‘더 비싸고, 더 단맛이 강해진다’
- 대표적인 브랜드 ‘닷사이(獺祭)’는 뒤에 23, 39, 45 등의 숫자가 붙는다. 이 숫자는 정미율을 뜻하는데, 예를 들어 ‘닷사이 23’은 쌀을 23%만 남기고 깎았다는 뜻이다.
- 정미율이 낮을수록 더 많은 양의 쌀을 깎아냈다는 의미이며, 보통 향이 더 섬세하고 단맛이 강한 사케로 평가된다.
- 직접 마셔본 결과, ‘닷사이 39’가 단맛과 밸런스가 가장 좋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마자케’ 중에서도 ‘아마구치’ 계열을 좋아한다. 그리고 차게 마시는 걸 선호한다. (사케는 따뜻하게 마시는 경우도 많다.)
가장 맛있었던 사케 3가지
지금까지 마셔본 사케 중에서 인상 깊었던 사케를 소개하자면, 다음 세 가지가 있다.
1. 자쿠 미야비노토모 나카도리 준마이긴죠 (作 雅乃智 中取り 純米吟醸)
처음 마셨을 때, ‘이건 지금까지 마셔본 어떤 사케와도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 비단결 같은 목 넘김
✔ 은은한 단맛과 살짝 느껴지는 산미
✔ 특히 닭꼬치 같은 구이류와 환상적인 궁합
차갑게 마실수록 더 맛이 살아나는 사케다. 부드럽고 달달한데, 뒤끝이 깔끔하다.
2. 니토 (二兎) – 일명 ‘토끼 사케’
사케 라벨에 두 마리 토끼가 그려져 있어 ‘토끼 사케’로 불린다.
✔ 닷사이, 쿠보타처럼 유명한 브랜드보다 가격이 저렴
✔ 무난하면서도 호불호 없이 마시기 좋은 사케
✔ 토끼 라벨만 보고 선택해도 실패한 적이 없다
이자카야에서 어떤 사케를 주문할지 고민된다면, 라벨에 두 마리 토끼가 있는 사케를 고르면 된다.
3. 하네야 준마이긴죠 키라비 나마 (羽根屋 純米吟醸 煌火 生)
최근에 마신 나마자케인데, 기대 이상이었다.
✔ 나마자케 특유의 탄산감이 확실하게 살아 있음
✔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
✔ 단맛과 산미의 밸런스가 좋음
개인적으로 나마자케는 웬만하면 다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케는 특히 더 인상적이었다.
마치며
처음에는 술을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케를 접하면서 ‘나에게 맞는 술도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나처럼 술이 약하거나, 소주·맥주·와인이 잘 맞지 않는다면, 준마이 계열의 사케를 한 번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사케를 고를 때 어렵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나같은 초보라
"단맛이면 아마구치, 드라이한 맛이면 카라구치, 탄산감이 좋다면 나마자케."
이렇게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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